
정리 일을 하다 보면
문을 여는 데 시간이 걸리는 집들이 있습니다.
벨을 누르고도 한참을 기다리게 되는 순간들 말이에요.
그 시간 동안 저는 짐작합니다.
이 집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안에 있는 사람이 꽤 오랜 시간 혼자 버텨왔을 거라는 걸요.
우리는 흔히
어수선한 공간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생활 방식을 먼저 읽으려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공간은
정리가 안 된 것이 아니라,
정리할 힘이 잠시 사라진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방 안에 쌓인 옷들이 취향 문제가 아닐 때가 있습니다.
주방을 가득 채운 식재료들이 계획성의 부재 때문도 아닐 때가 있어요.
그 물건들은 때로
불안을 막아주는 방패였고,
사랑을 증명하려는 방식이었고,
세상으로부터 잠시 숨어도 되는 작은 동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어떻게 치웠는지'를 중심에 두지 않으려 합니다.
왜 그 물건들이 그 자리에 머물게 됐는지,
그 시간 동안 사람의 마음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천천히 따라가 보려 합니다.
하루 만에 달라진 인생도,
극적인 비포&애프터도 여기에는 없습니다.
다만
쓰레기부터 치우기로 마음먹은 날,
문 앞에 놓인 물건 하나를 옮겨본 순간,
"여기 앉아도 될까요?" 하고 바닥을 살피던
조심스러운 목소리 같은 장면들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정리는
완성이 아니라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 글들이
아직 시작하지 못한 누군가에게
작은 여백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비누네
혹시 지금,
정리를 못해서가 아니라
정리할 힘이 없는 시기를 지나고 계신가요?
말로 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장면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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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심리] 감정도 정리가 됩니다 — 이름 하나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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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시작해야 할 때가 따로 있습니다 — 인생의 전환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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