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납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수납장을 하나 더 사야겠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생각보다 많은 집에서 가구가 있는데도 물건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걸 봅니다. 수납이 부족한 게 아니라, 가구가 엉뚱한 자리에 있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얼마 전 서초 방배동 현장에서도 그랬어요. 실외기실 책장에는 물건이 가득했습니다. 유리컵, 식재료, 조리도구가 뒤섞인 채로요. 에어컨이 돌기 시작하면 열기와 먼지가 올라오는 공간에, 개방형 선반으로 두면 안 될 것들이 그냥 쌓여 있었습니다.
세탁실에는 식기세척기를 설치하면서 떼어낸 싱크대 하부장이 있었어요. 문이 달린 장이었습니다.
둘의 자리를 바꿨습니다. 높이가 있는 책장은 세탁실로 옮겨 물건을 층층이 분류해 넣었고, 문 달린 하부장은 실외기실로 들였어요. 먼지와 열기로부터 물건을 가려줄 수 있는 자리로. 새 가구를 사지 않았습니다. 가구들이 서로 더 잘 맞는 자리로 이동했을 뿐인데, 두 공간의 활용도가 한꺼번에 올라갔어요.
가구가 제자리에 없는 집
수납장을 더 사기 전에 한 번만 집 안을 둘러보세요.
지금 있는 가구들이 정말 제 역할을 하는 자리에 있나요? 쓰지 않는 가구가 동선을 막고 있거나, 공간의 쓰임새와 맞지 않는 가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수납 문제의 절반은 가구가 맞지 않는 자리에 있어서 생깁니다.
가구를 옮기기 전에 확인할 세 가지
가구를 옮기기 전, 이 세 가지를 먼저 살펴보면 방향이 잡힙니다.
첫째, 동선입니다. 이 가구가 지금 자주 지나다니는 길을 막고 있지는 않나요? 매일 여닫는 문 옆에 가구가 있으면 그 가구는 쓰이기 어렵습니다.
둘째, 사용 빈도입니다. 이 가구에 들어 있는 것들, 실제로 자주 꺼내 쓰는 것들인가요? 자주 쓰는 것은 꺼내기 쉬운 자리에, 자주 안 쓰는 것은 안쪽으로.
셋째, 공간의 성격입니다. 가구의 이름보다 그 가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먼저 보는 거예요. 세탁실에 책장이 있다면 어색하지만, 수납 기능이 필요한 세탁실에 선반이 들어가면 자연스럽습니다. 같은 가구인데 자리 하나가 달라진 것뿐이에요.
배회하던 물건들이 드디어 집을 찾는 날
가구가 제자리를 찾고 나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그동안 수납장 밖을 떠돌던 물건들이 어느 순간 슬그머니 자리를 잡아요.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것들, 서랍장 위에 쌓여 있던 것들, 어디에도 못 들어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것들.
버리지 않았습니다. 새 가구를 산 것도 아닙니다.
가구 하나가 제 역할을 하는 자리로 이동했을 뿐인데, 집 안의 물건들이 한꺼번에 정착하는 날이 있어요.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뭐가 달라졌는지 딱 설명하기 어려운 그 감각. 그게 가구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신호입니다.
오늘의 한 걸음
지금 집에서 자리가 애매하다 싶은 가구 하나만 떠올려 보세요. 옮겨야 할지 말지는 아직 몰라도 됩니다. "이 가구, 지금 제자리에 있나?" 한 번만 물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Q. 지금 집에서 자리를 못 찾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물건이 있나요?
이전 글 보기 - https://binune0211.tistory.com/4
[공간과 사람]비포&애프터 없는 정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정리 일을 하다 보면문을 여는 데 시간이 걸리는 집들이 있습니다. 벨을 누르고도 한참을 기다리게 되는 순간들 말이에요. 그 시간 동안 저는 짐작합니다.이 집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이 안
binune0211.tistory.com
'실전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실전정리] 주방 — 조리 공간을 되찾는 5단계 정리방법 (1) | 2026.05.27 |
|---|---|
| [실전정리]아이가 스스로 물건을 고르게 하는 정리법 (0) | 2026.05.24 |
| [실전정리]아기 옷, 아직도 접으세요? (0) | 2026.05.22 |
| [실전정리] 비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선택하는 시간: 옷장 유지의 0단계 (0) | 2026.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