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옛적, 마을 끝에는 아무도 쉽게 들어가지 않는 숲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아까워 숲'
이라고 불렀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숲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숲에는 이상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옷이 열리는 나무.
책이 열리는 나무.
운동기구가 열리는 나무.
취미용품이 열리는 나무.
사람들이 한 번쯤 꿈꾸며 샀던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비싸게 샀잖아."
"한 번도 제대로 안 써봤잖아."
"언젠가는 사용할 거야."
"지금 보내면 너무 아깝잖아."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으면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사람들은 물건을 내려놓지 못했고,
하나둘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느 날,
한 나무꾼이 그 숲에 들어왔습니다.
나무꾼은 정리를 잘한다고 자신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손에는 반짝이는 도끼도 들고 있었습니다.
"아까워 숲이라고?"
"쓸모없는 나무는 베어버리면 되지."
"나는 길 안 잃어."
나무꾼은 자신만만하게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숲은 생각보다 이상했습니다.
첫 번째로 만난 것은 새 운동화가 열린 나무였습니다.
한 번도 신지 않은 운동화는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나 기억나?"
"올해는 꼭 운동하겠다고 샀잖아."
나무꾼은 도끼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이번에는 기타가 열린 나무가 나타났습니다.
"나도 기억나?"
"멋지게 연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잖아."
조금 더 걸어가자
책들이 주렁주렁 열린 언덕이 나타났습니다.
"언젠가 읽으려고 했잖아."
"시간만 나면 읽을 수 있을 줄 알았잖아."
나무꾼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졌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물건을 보는 건데,
자꾸 옛날의 자신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려던 자신.
새로운 취미를 꿈꾸던 자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자신.
나무꾼은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이 숲의 나무들은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과거의 자신이 품었던 작은 꿈들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나무꾼은 도끼를 들어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쓸모없는 나무를 베는 일은 쉬웠습니다.
하지만 잘해보고 싶었던 마음을 베어내는 일은 어려웠습니다.
어느새 해가 저물었습니다.
나무꾼은 길을 잃었습니다.
그때 숲속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정리요정이었습니다.
정리요정은 길을 잃은 나무꾼에게 물었습니다.
"왜 길을 잃은 것 같나요?"
나무꾼은 한참 만에 대답했습니다.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요."
정리요정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정말 아까운 건 물건일까요?"
나무꾼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정리요정은 운동화 나무를 가리켰습니다.
"저 운동화가 아까운 걸까요?"
이번에는 기타 나무를 가리켰습니다.
"저 기타가 아까운 걸까요?"
마지막으로 책 언덕을 가리켰습니다.
"아니면..."
정리요정은 부드럽게 말을 이었습니다.
"그 물건을 샀던 날의 기대가 아까운 걸까요?"
그 순간,
나무꾼은 숲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붙잡고 있던 것은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
기타를 멋지게 연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
물건은 그대로였지만,
시간은 이미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나무꾼은 천천히 운동화를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먼지를 살며시 털어냈습니다.
"그때 나를 설레게 해줘서 고마웠어."
이번에는 기타 줄을 손끝으로 가볍게 튕겨보았습니다.
맑은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잠시나마 멋진 꿈을 꾸게 해줘서 고마웠어."
책 한 권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습니다.
"언젠가의 나를 믿게 해줘서 고마웠어."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숲을 가득 메우고 있던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물건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쉬움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나무꾼은 숲의 출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숲을 빠져나오기 직전,
정리요정이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랍니다."
"그 꿈을 꾸었던 시간도 당신의 삶이었으니까요."
나무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도끼를 내려놓았습니다.
숲을 벗어날 때,
그의 손에는 물건 대신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이 들려 있었습니다.
어쩌면 정리는,
무언가를 억지로 버리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때 잘해보고 싶었던 나를,
이제는 다정하게 안아주고 보내주는 일 아닐까요?

Q. 당신의 아까워 숲에는 어떤 꿈이 매달려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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