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옛적, 작은 마을 끝자락에 이상한 상자를 가진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상자는 평범해 보였지만, 딱 하나 특별한 능력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넣어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이었습니다.
어느 날, 청년은 책상 위에서 작은 나사를 발견했습니다. "이건 어디에 쓰는 거지?" 한참 들여다보았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버리려고 손을 뻗던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나사는 상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에는 정체 모를 충전선이 나왔습니다. '언제 필요할 것 같은데?' 상자 안으로. 그 다음 날에는 전자제품이 이미 없어진 지 오래인 설명서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상자 안으로.
그렇게 상자는 조금씩 채워졌습니다. 나사, 케이블, 설명서, 집게, 고무줄, 정체 모를 플라스틱 부품.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온갖 물건들. 신기하게도 상자는 절대 넘치지 않았습니다. 넣으면 넣을수록 더 들어갔습니다. 청년은 안심했습니다. "봐, 공간도 충분하잖아."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서랍 손잡이가 헐거워진 것을 발견한 청년은 기뻐했습니다. "드디어 나사의 차례가 왔구나!" 마법상자를 열고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충전선, 설명서, 집게, 고무줄, 정체 모를 플라스틱 부품, 또 충전선, 또 설명서. 한 시간을 찾은 끝에 청년은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정작 찾고 있던 나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창문으로 작은 정리요정이 날아왔습니다.
바닥에 널린 물건들을 한참 바라보던 요정이 물었습니다.
"뭘 찾고 계신가요?"
"나사요."
"찾으셨나요?"
"…아니요."
정리요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주 이상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 나사가 있다는 건 아시네요."
"그럼요, 제가 넣었는걸요."
"어디 있는지는 아시나요?"
"…"
청년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정리요정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과 찾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일이랍니다."

청년은 처음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닥 가득 펼쳐진 물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상자는 물건을 삼키는 마법상자가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청년의 시간과, 알아채는 눈을 조금씩 삼키는 블랙홀 상자였습니다. 물건이 늘어날수록 찾는 시간도 늘어났고, 찾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정말 필요한 것을 알아보는 힘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바닥의 물건들을 세 무더기로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쓰는 것. 언제 쓸지 아는 것. 그리고 끝내 언제인지 모를 것.
신기하게도 마지막 무더기가 가장 컸습니다. 정리요정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보세요. 물건보다 '혹시 몰라'가 더 많군요."
청년은 한참 동안 그 무더기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모아온 것은 물건이 아니라, 결정을 미뤄둔 시간이었음을.

그날부터 청년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정체를 모르는 물건은 오래 두지 않기. 용도를 설명할 수 없는 물건은 다시 생각해 보기. 그리고 무엇보다, 상자에 넣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기.
"언젠가는 언제지?"
그 질문은 생각보다 강력한 마법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마법상자는 점점 가벼워졌고, 신기하게도 필요한 물건은 더 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나사도 금방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청년은 가끔 정체
모를 물건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법상자가 속삭였습니다. "나중에 필요할지도 몰라…" 그러면 청년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그 나중이 언제인데?"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어쩌면 내가 미뤄두었던 결정을 하나씩 끝맺는 일과 닮아 있습니다.
Q. 당신의 상자 안에는 '혹시 몰라'가 몇 개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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