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 앞에 앉았지만
집중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이 갑니다.
메일 창을 열었다가 서류를 봅니다. 그러다 책상 한쪽에 놓인 택배 상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것도 뜯어야 하는데.' 잠시 뒤에는 머그컵이 보입니다. '컵도 씻어야 하지.' 정작 하려던 일은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갑니다.
얼마 전 방문했던 집도 비슷했습니다. 재택근무를 막 시작한 분이었습니다. 책상은 창가에 붙어 있었고, 그 위에는 어제 뜯다 만 택배 상자와 화장품, 아이 장난감, 머그컵이 놓여 있었습니다. 노트북은 그 사이에 겨우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집중이 안 돼서요."
그분은 자신의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원래 산만한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집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유독 집중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책상 위를 한 번 둘러보고 나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눈앞에 너무 많은 것이 놓여 있는 문제일 수도 있겠다.'
뇌의 집중력은 나눠 쓰는 자원입니다
우리 눈에는 책상 위 물건들이 그저 가만히 놓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뇌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2011년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여러 물체가 시야에 함께 있을 때, 시각 피질에서 서로 다른 물체에 대한 신경 표현이 경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뇌가 한 번에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고, 시야에 들어온 것들이 그 한정된 자원을 나눠 가지려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면 뇌는 다른 물체에게 갈 몫을 계속 가져와야 합니다.
그런데 책상 위에 택배 상자가 있습니다. '저것도 있었지.' 머그컵이 있습니다. '저것도.' 서류 더미가 있습니다. '저것도.'
이런 물건들이 실제로 말을 거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씩 눈에 걸릴 때마다 주의는 아주 잠깐씩 그쪽으로 새어 나갑니다. 새어 나간 만큼, 원래 하려던 일에 쓸 수 있는 몫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책상 위가 복잡하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정신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나눠 쓸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너무 많은 곳에 나눠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상에 작은 '시각적 청정 구역'을 만들어 보세요
그래서 정리할 때는 책상 전체를 완벽하게 치우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먼저 내가 지금 일하는 자리 주변부터 비워보세요. 예를 들어 모니터를 중심으로 손이 닿는 범위 정도를 '시각적 청정 구역'으로 정해보는 겁니다.
오늘 사용할 노트북과 서류, 펜 하나 정도만 남깁니다. 택배 상자는 뜯지 않아도 됩니다. 화장품도 버릴 필요 없습니다. 머그컵도 잠시 다른 곳에 옮겨두면 됩니다.
중요한 건 물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과 관계없는 물건을 시야에서 잠시 치우는 것입니다.
방 전체를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책상 위 몇 가지 물건만 옮겨도 눈앞의 정보량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일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집중력은 의지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집중이 안 되면 먼저 자신을 탓합니다. '내가 의지가 약해서 그런가?' '왜 이렇게 산만하지?'
하지만 집중은 의지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보면서 일하고 있는지, 무엇이 손에 닿는 곳에 놓여 있는지, 눈앞에 몇 가지 일이 동시에 펼쳐져 있는지도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집중이 잘되지 않는 날에는 자신부터 다그치기보다 책상부터 한번 바라보세요. 혹시 지금 해야 할 일보다 다른 것들이 더 많이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오늘의 한 걸음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물건 세 개를 골라보세요. 버리지 않아도 됩니다. 서랍에 넣어도 되고, 원래 자리로 돌려놓아도 됩니다. 딱 세 개만 시야에서 치워보세요.
그리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세요. 조금 덜 복잡해진 눈앞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잘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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